오늘 아침





센 바람이 불었다.
열린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길 건너에서
나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자기학대의 즐거움에 도취된 빛은 녹황색.



기억 구텅이에서
발가락들을 의자에 쿠직 찍혀
껑충 껑충 뛰어다니던 어린 날을 떠올렸다.



나만큼 너희도 고통스러워하느냐.

너희는 온몸을 움직이느냐.



나무들은 마냥 쏴아 쏴아 소리만을 되풀이해 왔다.

멈춰버린 사나이를 비웃으며 마음껏 춤추려무나.



곧 바람이 멈추고 또 어딘가에서는 긴 여행을 떠나 -





by 답이 | 2009/10/17 14:41 | 지금이야기 시즌2 | 트랙백 | 덧글(0)

레 미제라블




보름 전 HJH(홍준혁) 에게 네이버 메일로 만화책들을 보냈다.
HJH는 이 노트에도 수차례 덧글 남겼던 괜찮은 녀석이다.
추석연휴가 지난지 3일. 어제 답장을 메일로 받았다.


'메일이 온 줄 몰랐다가 뒤늦게 확인했지만 대용량파일 보존기간이 지나서 못받았다
대용량 메일 보낼 땐 보냈다고 휴대폰 문자라도 좀 보내라'


고 답장이 왔다.



불쌍하다.

여겨졌다.


어째서냐면 난 이번에 메일을 보내기 전에 "만화책 보낸다" 고 미리 통화를 줬기 때문이다.
문자 보다도 더 명확한 수단인 통화로 알려주었음에도 홀랑 까먹어버린 것이다.

원래는 나보다 똑똑한 녀석이었고 중학교 때는 반장도 맡아 했었는데 (우리반X, 다른반O)
아직 총기가 떨어지기에는 젊은 나이인데... 아직은 더 팔팔할 철인데.

눈부신 재산이던 똑똑하던 머리를 잃어가며 나아가야 할 미래에 어느만큼 고난이 기다릴까.
난 이제 자연이 정한 운명에 의해 떠나가거늘 
남겨진 삶들에 더해질 고통의 무게란. 가슴속에서는 군청색 잉크처럼 상념들이 번져나갔다.



누구나 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불행하지 않은 인생이란 없다. 

모두가 결국에는 오직 혼자다.

나도. 이 문장을 읽는 딴 나도.




by 답이 | 2009/10/08 21:22 | 지금이야기 시즌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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